알림마당 > 환경뉴스 > '위험천만' 불법정제유 업소 대량 유통 충격

■ 영남권부생연료협 한달간 추적결과
폐유에 솔벤트 섞어 폭발 가능성
목욕탕·숙박업소 등 수천곳 사용

상온 상태에서도 불이 붙거나 폭발할 위험이 높은 불법 정제연료가 영남권 목욕탕과 숙박업소에 대량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은 영남권부생연료협회의 1달간에 걸친 유통망 추적 끝에 확인된 것으로,사고 위험이 높은 만큼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난 1일 오전 10시께 경남 A정제연료 재생공장. 부산 97가 ××××호 탱크로리 차량이 약 1만6천L의 연료를 싣고 2시간여 이동한 끝에 이를 부산 동구 H목욕탕에 공급했다. 부생연료 유통업체 관계자가 목욕탕 업주를 설득,주입 연료의 샘플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찌꺼기만 침전시킨 폐유를 솔벤트 2호 용제로 희석시킨 불법 정제연료로 드러났다.

지난달 29일 오전에는 부산 B정제연료 재생공장에서 연료를 주입받은 부산 84다 ××××호 탱크로리 차량이 부산 서구 D여관에 이를 공급했다. 이 여관에 난방용으로 제공된 연료를 수거해 조사한 결과 역시 불법 정제연료로 드러났다.

불법 정제연료는 폐유를 고온 열분해해 만드는 정제연료 대신 열분해 과정을 생략하고 값싼 솔벤트 2호 용제를 비슷한 비율로 희석시켜 만든 것. 이 때문에 색깔이 검고 탁한 것이 특징으로,한국석유품질관리원에 의뢰해 시험한 결과 인화점이 정제연료 등 정상 연료의 최소 40도보다 턱없이 낮은 26~30도에 불과해 화재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증기 발생도 심해 지하 보일러실 등 통풍이 잘 안되는 곳에서는 작은 불꽃에도 폭발 위험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남권부생연료협회는 지난달 10일부터 1달여 동안 불법 정제연료의 유통망을 추적해 생산업체 2곳과 중간유통업체 9곳을 밝혀냈다. 또 부산과 대구 등지 목욕탕 및 여관 8곳의 보일러 연료탱크실에서 사용 중이던 불법 정제연료를 수거했다.

그러나 확인된 업소 외에도 불법 정제연료를 사용하는 목욕탕과 여관은 영남권에서만 수천곳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부산지역 530여군데 목욕탕에 정품 연료를 제공하던 M에너지의 경우 고유가 현상이 본격화된 최근 3달 사이 300여곳의 거래처가 이탈하는 바람에 직원들을 동원,이탈 업소의 연료 공급처를 확인한 결과 불법 정제연료 유통업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영남권부생연료협회 소속 9개 유통업체의 경우 최근 몇 달 사이 업체당 100~300여개의 거래처가 정상 연료 대신 불법 정제연료를 대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협회 관계자는 "불법 정제연료의 경우 정품보다 L당 100원 이상 싸기 때문에 고유가 현상으로 경영 여건이 나빠진 목욕탕이나 숙박업소 업주들이 유혹에 빠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불법 정제연료는 인화점이 워낙 낮아 자칫하면 화재·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당국의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산뉴스 - 박진국기자 gook72@busanilbo.com